작은 크기에 붉은색이 트레이드 마크, 공연에서 자주 사용하고 있기 때문에 저의 라이브에서는 친숙할지도 모르겠네요. 독일을 대표하는 Hohner제의 빈티지 타입. 음색 조절 스위치가 없는 단일 음색으로 리드는 2장 더블 타입, 그 피치 정도의 차이가 (Detune이라고 함) 큰 프랑스 샹송 계의 멋스러운 음색이라기 보다 야외에서도 힘차게 들리는 굵은 이미지로 아이리쉬와 월드 뮤직적인 곡에 딱 어울립니다. 라이브로서는 이런 느낌입니다.^^
이 악기는 1988년 첫 한국 방문 때 서울 인사동 근처에 있는 낙원상가에서 우연히 발견했습니다. 그곳은 큰 건물 층 전체가 상당수의 작은 악기점으로 가득차 있어, 관광명소적인 존재이기도 합니다. 이곳을 배회하고 있을 때 레트로감 넘치는 '좋은 모습'을 한 아코디언을 발견하게되어 테스트 연주를 해보았는데, 훌륭하게 몸에 밀착. 음량은 크며 가벼운 음색이 마음에 들어 즉시 구입. 딱 그 때의 사진이 바로 이것 입니다.
그런데 이 악기 구입을 둘러싼 작은 에피소드가.
구입하려고 신용카드를 내밀었더니 카드가는 더 비싸고, 현금 결제만 가능이라는 얘기를 들었습니다. 그러고보면 저는 원래 해외에서 현금을 그다지 가지고 다니지 못하는 스타일이라 살 수 있는 현금이 없었습니다. 그때 함께 있던 누나에게 한국 돈을 빌려달라고 부탁하니 누나도 이 악기를 살 수 있을 만한 현금은 갖고있지 않아 아주 난리가^^; 그날 오후 편으로 일본에 돌아가야하여 시간에 여유도 없어 지인들에게 묻거나 당황해서 은행에 달려가거나, 어떻게든 현금을 마련하게 위해 노력하여 무사히 구입하게 된 것을 기억하고 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도 무척 애착이 가는 악기이기도 합니다.
독일제로 아주 튼튼하여 라이브에서 뛰어놀며 연주하거나, 악기적으로도 꽤 무리를 강요하는데도 항상 열심히 힘내주어 얼마전 보수하여 무사히 건강하게 돌아오게 해주었습니다. 그리고 오래된 악기케이스도 마치 옛날의 타자기 케이스 모습입니다. 악기는 물론 케이스와 함께 독특한 분위기가 있어 언제까지나 사용하고 싶은 악기중의 하나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