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에서 여기 가루이자와로 이주한 것이 1999년이니 벌써 20년이 됐다. 처음 여기 왔을 때는 주위에 구애받지 않고 마음껏 피아노를 칠 수 있고, 웬만큼의 곡을 스케치할 수 있는 공간이 있으면 좋겠다는 정도로 생각했었다. 그래도 방음만은 제대로 하자는 생각에 기존의 방 몇개를 터서 방음 공간(스튜디오의 전신)을 만들고 작업 & 악기 연주를 했다. 하지만 도쿄나 한국을 비롯한 외국에서의 일이 늘어나면서, 역시 매번 현지에 가서 연주 & 녹음 작업을 하는 것이 비효율적이라는 것을 절감하기 시작했다. 그 즈음 인터넷은 물론이고 DAW(Digital Audio Workstation) 등 제반 여건도 발전해서, 그렇다면 여기 가루이자와에서도 할 수 있겠다! 라는 생각이 들었고, 그 후 음악 작업의 시작부터 마무리까지 진행할 수 있는 본격적인 스튜디오로 개조하는 움직임이 2003년부터 시작됐다.
그때부터는 욕심이 점점 커져서 문득 깨닫고 보니 빈티지 레코딩 기재를 찾아다니는 나날의 연속…. 원래 물건에 대한 소유욕이 별로 없는 편인데 한번 불이 붙으면 ‘이렇게 된다’는 걸 스스로도 처음 깨달았다.^^; 해외에서 구입하려다 사기를 당하기도 하고…. 물론 대부분의 경우 좋은 기재를 만났지만. 지금은 다행히 열기도 가라앉아서 기재들과 평범하게 사이 좋게 장시간 이곳에서 작업을 하고 있다.
지난번 블로그에서 스튜디오를 소개했을 때는 아직 피아노 부스가 완성되기 전이어서 다소 좁은 느낌이 있었지만, 지금은 그랜드 피아노를 전용 부스 안으로 옮겨서 컨트롤룸이 한층 넓어진 덕에 아주 쾌적하다. 창문으로 햇살이 들어오고 거주성이 좋아서 장시간 있어도 지치지 않게 됐다.
#1 기본 스펙
☆메인 머신은 Mac Pro 2019, 메인 DAW는 Logic. Scoring Soft는 Sibelius. 그 밖에 Vienna Ensemble Pro7& Kontakt6, U-he Zebra2, Spectra Sonics Omnisphere & Key Space, iZotope Ozone9 등을 빈번히 사용한다.
Audio Interface는 Lynx Technology의 Aurora 16(Thunderbolt경유). 다소 예전 모델이지만 동작이 안정적이고 제대로 된 소리를 내준다.
★전원
가능한 한 깨끗한 전원을 확보하기 위해, 주전원은 송전선에서 스튜디오로 200V를 직접 3계통 끌어와 전부 스튜디오 내에서 100&117V로 다운 트렌스하고 있다. 대략의 흐름은 아래와 같다.
Equitech 2Q, Equitec, 1.5Q, Shunyata Research Hydra8, Dentech IPT1500, First cry MYTHIQUE R1, CSE-TX2000✕2, CSE−RX100Twin HG, CSE−R100HG 등. 한때 스튜디오의 클린 전원 & 전원 케이블이 붐이었던 시기가 있었는데 당시 그 붐에 편승해 다운 트렌스계 기재를 철저히 도입했다.
이와 같이 전원을 관리하고 있는데, 역시 전원이 안정되면 혈액 순환이 잘 되듯 일도 잘 풀리고 무엇보다 안심이 된다.
★모니터 컨트롤
Avocet Crane Song
아주 뛰어나서 마음에 쏙 드는 기재. 모니터링 레벨을 포함해서 확실한 기준이 되어 주기 때문에 작업에 몰두할 수 있어서 애용하고 있다. 인풋 수와 아웃풋 수도 딱 적당하고 음질도 깨끗하고 잡스러운 것이 없어서 작업에는 안성맞춤. 아주 신뢰하는 기재다.
★데스크 & 의자
장시간 늘 앉아 있기 때문에 몸에 부담이 가지 않도록 신경을 많이 쓰는 부분.
데스크는 특별 주문 제작한 것으로, 본격적으로 키보드를 치면서 DAW 작업을 병행하는 경우에도 부담이 가지 않을 높이와 위치를 정해서 주문 제작했다. 그랜드 피아노 말고 키보드 파트 연습을 할 때도 여기서 한다.
의자는 이 업계에서는 기본적인 제품으로 이미 사용하고 계시는 분들도 많을지 모르겠는데 Ergohuman Pro로 색상은 연지색.
★디스플레이 홀더(모니터 암)
Ergotron LX Dual Side-by-Side Arm Two-Monitor Mount
두 개 화면을 자유로운 각도 & 위치에서 사용할 수 있는 정말 뛰어난 제품. 작업을 위해 입력할 때가 아니라 본격적으로 키보드를 칠 때, 가벼운 악보를 올려 두는 악보대가 되기도 하고 상황에 따라 여러모로 쓸모가 많은, 없어서는 안 될 도구.
이상으로 이번 회는 스튜디오의 기본 구성, 스펙에 대해 소개했다. 다음 회부터는 구체적인 기재에 관한 이야기에 들어가니 기대해 주시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