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해 11월 국립중앙박물관 전시 ‘사유의 방’ 연계 공연 및 신작 음원 출시. 2024 올해 공연은 9월 7&8일, 그리고 신작 음원 발매는 8월 24일 정오입니다.
작년에 발매한 <사유 I>에 이어 이번에도 신곡 3곡이 들어간 EP.
이번 주제는 공연&음원 EP 모두 ~Transcendence 초월~
이번에는 초월이라는 전체 컨셉을 다양한 방법으로 사유의 방에 연계하여 현실과 가상 세계, 그리고 과거와 미래를 자유롭게 넘나들며, 음악 속에서 풍성하고 여유롭게 흐르는 시간과 공간을 연출하고자 합니다.
구체적인 방법으로는 파워풀하고 스케일감으로 압도하는 것이 아니라 미니멀하고 앰비언트적인 접근을 도입해, 음악을 가득 채우지 않고 듣는 사람에게 공간을 느끼도록 하면서 다가가는 음악으로 만들고자 했습니다. 즉 여유로운 음상 공간 속에서 다양한 악기로 선율 하모니를 구성, 배치해 나간다는 접근법으로, 구체적으로는 이른바 클래시컬한 피아노의 그랜드 피아노 레코딩이 아니라 최근 많은 아티스트가 도입하고 있는 것처럼 부드럽게 감싸지는 업라이트 피아노적인 음색감을 메인으로 하고, 피아노가 음악 전체를 부드럽게 감싸는 가운데 다른 각 악기가 대화하는 배치와 구도를 설계도로 했습니다.
수록곡은 아래 3곡.
1. Lotus Flower
2. Invisible Light
3. Inner Space
1. Lotus Flower 연꽃 : 평온한 시공으로의 초월
이번 앨범 콘셉트를 생각했을 때 '평온'이라는 키워드가 떠올랐습니다. 평온한 시공간으로의 초월. 시간의 흐름과 공간이 완만하여 마음이 차분해지고 고요해져 어떻게 보면 속세로부터 격리 해방되는, 안주의 이상향의 상징이라 할 수 있는 Lotus Flower. 경계나 한계, 여러 가지를 뛰어넘는 초월이라는 행위 속에서 평온에 대한 초월의 욕구는 생각보다 강하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제게 있어 평온할 수 있는 시간이나 장소는 언제, 어디일까 생각했을 때, 마음이 이완되는 순간의 지속은 매우 중요하고 사람마다 다양하지만 일상에서도 많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럼 장소는? 제 경우 그 중 하나에 교회, 사원이 있습니다. 한국 일본은 물론 외국 여행 시 대성당이나 유서 깊은 사찰 등에 자진해서 가는 경우가 많고 훌쩍 들르는 경우도 많습니다. 예전에 쾰른 대성당에는 거의 반나절 이상 아무것도 하지 않고 멍하니 머물기도 했었어요. 그저 계속 서 있는,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생각하지 않는 것일지. 마치 진공에 가까운 상태에서 의식이 정화되어 가는 것을 느낍니다.
참고로 저는 종교가 없습니다. 그래서 문득 예전에 영화음악 제작차 티베트를 방문했을 때 많은 사찰에 가서 스님들의 독경을 많이 수록했던 기억이 났습니다. 티베트의 사원에서는 많은 사람들의 독경이 들렸고, 큰 사원에서의 그 모습은 그야말로 장엄하고 감동되어 소름 돋을 정도였어요. 어떤 사원에서는 많은 비구니들과 사람들이 모여 독경하는 장소를 만난 적도 있었고 동양의 찬송가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장려하고 아름다웠습니다. 그래서 이번에는 당시 녹음 음원에서 이 곡에 활용할 수 있는 부분을 찾아 삽입해 보기로 했어요. 그 의도는 종교색을 연출하고 싶어서가 아니라 로터스 플라워와 연상되는 성스러운 평온의 여유로운 시간을 연출하고 싶어서였습니다. 그러네요. 그때 티베트 사원에서 많이 본 연꽃은 매우 평화롭고 신비롭고 아름다웠습니다.
지금까지의 나에게 있어서 이색적인 작품이지만, 이번에 나도 참가 뮤지션들도 연주할 때 평온한 기분이 드는 곡.
2. Invisible Light : 미지로의 초월
당초 이번 메인 곡으로 작업 시작한 곡. 물론 메인곡에서의 등급 강등은 아니고, 역시 이 곡은 2024 SAYU #2 음원&라이브의 핵이 될 곡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미지에의 초월, 혹은 미래에의 초월. 즉 외계에의 초월. 벡터가 외계를 향하고 있어 멀리 희미하게 보이는지 보이지 않는지 빛나고 있는 빛을 쫓고 있다. 그 빛은 희망일가 허상일까. 빛을 쫓는 과정에서 많은 사유를 반복하며 많은 생각을 축적하고 성장해 나간다. 자애, 간청, 희망, 절망, 비애, 평온… 인간의 '외계로 향하는' 의식의 빛과 그림자. 이 곡 마지막에는 지난 번 발매한 SAYU ~ Main Theme 피아노의 한 구절을 조금 연주하고 있습니다. 결국 거기로 귀결된다는 컨셉.
3. Inner Space : 내월
다시 말하면 자기 안의 세계로의 초월. 말로부터의 이미지는 역시 내성적인 측면이 많지만, 내면의 심상 우주는 끝없이 광대하고, 따지면 자기 내면에서의 끝없는 의식의 윤회. 윤회라는 개념을 하나의 서클로 파악하고, 의식의 윤회가 끝없이 반복되어 다양한 속도로 주회함으로써 많은 에너지가 축적되어 내면 세계가 팽창해 간다. 그런 공간, 그것이 Inner Spa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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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추상적인 악곡 이미지와 얽힌 제작 의도를 적어봤습니다. 돌이켜보면 이렇게 주제가 갖고있는 심연성에서 통상적인 음악 제작작업에 비해 만드는 시간보다 생각하는 시간이 압도적으로 길어지는 것은 당연하고, 음악을 생각해서 만들고, 그것을 무대에서 초연할 수 있는 기회는 음악가에게 매우 축복이라고 느끼고 있습니다. 갈 길이 길고 외길로 가지 않는 만큼 이런 귀중한 경험이 앞으로의 음악에 활용되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합니다.
딱딱한 이야기는 어쨌든 여러분들에게 기분 좋게 울려 여러분들의 마음속 깊이 스며드는 음악이기를 바라며, 이런 비하인드 스토리도 참고해서 많이 즐겨주세요. 그리고 공연장에서 만나요!
아직 더운 날들이 계속됩니다. 여러분 아무쪼록 조심해서 지내시기 바랍니다.
양방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