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와 JEJU FANTASY (JEJUMUSIC FESTIVAL)
제주도는 아버지의 고향.
아버지는 여러 가지 이유로 그의 고향을 방문해보지 못하고 돌아가셨다.
말년에는 너무나 가고 싶으셨는지, 늘 고향 이야기를 하시곤 했다.
그것을 들을 때마다 나는
‘이 이야기를 할 때의 아버지는 어딘지 모르게 외로워 보이는 구나’ 라고 느꼈다.
그는 먼 고향의 경관과 공기를 다음과 같은 이야기로 들려주었다.
완전 무한반복 상태로.
‘집 앞의 해안이 세상에서 제일 아름답지, 바람은 상쾌하고 공기가 맑아서 해산물이 맛있고..’ 등 언제나 똑같은 내용,
그래서 우리는 주입되었다. 물론 가본적이 없는데도 말이다.
아버지가 타계한 후 98년, 처음으로 한국에 가보게 되었다.
그렇다면 당연히 제주도에 먼저 가봐야겠다는 생각에 현지로 향했다.
중문지역의 해안에서 5월의 해풍이 내 볼을 쓰다듬은 그 순간,
아버지가 말씀 하신 것이 플래시백 되며 현실로 체감할 수 있었다.
‘이거구나.. 아버지가 말씀하시던 것은, 정말 멋진 곳이구나.’
그 때 만들어진 곡이 ‘Princeof Cheju(Jeju)’다.
그 이후 몇 번의 연주회도 있고 해서 제주도에 발을 들이게 됐다.
그러면이제 제주판타지로 이야기를 옮겨 본다.
★JF(Jeju Fantasy)2013
2013년에 처음 시작된 제주판타지, 일의 발단은 제주MBC가 나에게 야외콘서트(방송프로그램 수록)를 의뢰한것이었다.
이야기를 들어보니 장소는 야외, 제주도립교향악단과의 협연이 가능하며 러닝타임은 풀 콘서트라 는 정도였다.
말하자면, 거의 백지 상태로 2013년 1월에 이야기가 시작되었다.
처음 후보지는 ‘성산일출봉’이라는 세계유산!
그리고 다음 후보지는 능선이 아름다운 언덕 ‘용눈이오름’이었다.
두 곳 또한 멋진 장소지만 많은 사람들이 그 곳에 올 경우의 인프라구축이나 환경보전단체의 문화재 보전에 대한 의견도 감안해야해서 몇 군데 시찰을 해 본 결과, ‘돌문화공원’이 최적이라는 의견으로 일치하게되었다.
그 곳은 원래 상설무대가 설치되어 있고 메인스테이지 외 ‘하늘연못무대’라는 매우 매력적인 무대도 있었다.
경지면적도 거대하여 나중에그 이외에도 무대를 만들 수도 있고, 아무튼 많은 가능성을 느끼게 되어 만장일치로 결정했다.
4월 말 즈음이었던 거 같다.
지나가는 바람이 기분 좋고, 여기라면 누가 오더라도 제주도의 매력을 알지 않을까,
더할 나위 없지 라고.
첫 제주판타지는 시행착오의 연속이었다.
참가 아티스트: 일본 뮤지션(드럼: 아마다 와타루, 베이스: 와타나베 히토시, 기타: 후루카와 노조미), 제주도립교향악단, 현지전통타악기팀, 해녀 30인
처음에는 일본 밴드 멤버와 제주도립교향악단의 호흡도 처음에는 맞지도 않았고 어쨌든 본방까지 마구 달리다가 정신 차리고 보니 무대에서 연주하고 있었던 것이 솔직한 심정이었다.
즉, 그 정도로 여유가 없었다.
또, 2013 제주판타지에서는 매우 인상적인 것이 있었다.
이 해 3월 대통령취임식 공연을 끝낸직후, 해녀박물관에서 나에게 새로운 ‘해녀의 노래’를 만들어달라는 연락이 왔다.
그 때는 솔직히 ‘내가 만들어도 될까’ 하는 반신반의한 심정이었지만 해녀박물관을 방문해 해녀분들과 얼굴을 마주보고 이야기를 들어보니 ‘이건 하지 않으면 안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분들의 역사와 매력이 나를 그렇게 만든 것일지도 모른다.
그리고 만들거라면 악보를 건네며 ‘자, 여기 다 만들었습니다’라고 끝내버리기엔 뭔가 무정하다고나 할까 책임감 없지않나 라고 생각하던 때, 좋은생각이 떠올랐다.
‘새로 만든 해녀의 노래를 진짜 해녀 30인과 제주도립교향악단이 제주판타지에서 초연을 한다면 좋겠다!’ 라는 생각이 들었고 우리는 정말 해내고야 말았다.
해녀분들의 노래가 결코 전문가의역량은 아니지만 설득력이 높아 더욱 감동적이었고,
나 또한 눈자위가 뜨거워지면서 연주한 일이 기억에남는다.
잊을 수 없는 첫번째 제주판타지였다.
★두 번째 JF(Jeju Fantasy)2014
장소는 같은 돌문화공원.
참가 아티스트: 국카스텐, 사우스 카니발(스카밴드), 라퍼커션, 일본 뮤지션(드럼: 야마다 와타루, 베이스: 사쿠라이 테츠오, 기타: 마츠오 카즈히로, 바이올린: 츠치야 레이코), 제주도립교향악단, 제주도립합창단, 오카리나 합주단, 안숙선(판소리), 한충은(소금), 이용원(대금) 등 무대 위 총인원 150명 정도의 대규모 무대.
이 해부터 페스티벌 형식을 모색하기 시작했다.
2012~2015년까지 국립극장에서 한달 동안 열린 ‘여우락페스티벌’의 예술감독으로 참여한 것이 큰 영향을준 것 같다.
2013년 제주판타지를 떠올리며 ‘그렇게 좋은 자연환경에서 음악할 수 있다는 것은 행복한 일이며, 다른 아티스트도 체감했으면’ 하는 마음으로 페스티벌 형식에 한걸음을 내디딘 년도이다.
인프라나 준비 그 외 보완해야 할 과제는 즐비했었지만 앞으로 몇 년안에 잘 해낼 수 있을 것 같은 희망을 어렴풋이 느낄수 있었던 2014 제주판타지였다.
그러나 이 때는 날씨가 불안했다.
아침부터 하늘이 흐리고, 드문드문 비가 내리다가 멈췄다가, 메인 공연 직전에도 날씨는 위태로웠다. 비는 내리지않았지만 습도가 너무 높아서 오케스트라 단원들이 현악기를 케이스에서 꺼내는 것을 꺼릴 정도였지만 어떻게든 마지막까지 무사히해냈다.
그러나 종연 후 15분, 무대 철수 개시 직후에 호우가 들이쳤다! 위가 콕콕 아팠다.
출연진은 150명으로 전원 모두 무대에 오르지 못할 정도로 규모는 정말 컸고, 웅대한 자연속에서 다함께 연주할 수 있는 멋진 기회가 되었다고 생각한다.
관객 수도 작년보다 늘었으며(전년도 4,000명> 6,000명), 안숙선 씨의 열창을 시작으로 참가 아티스트의 열기로 충분히 분위기가 고조된 페스티벌이 되었다.
★그리고 올해 세 번째 JF(Jeju Fantasy)2015
참가아티스트: 알리, 국카스텐, 라퍼커션, 노름마치(창작전통타악기팀), 김설진(현대무용가), 권송희,일본 뮤지션(드럼: 이시카와 마사하루, 베이스: 사쿠라이 테츠오, 기타: 후루카와 노조미, 퍼커션: 야나기다 켄지, 리코더&오카리나: 카네코 켄지, 색소폰: 카와시마 타카후미, 트럼펫: 오자와 아츠시, 트럼본: 오하라 노조미, 바이올린: 오데라 리나, 바이올린: 빌만 쇼헤이, 비올라: 김효진, 첼로: 이마이 카오리), 제주 흙피리 오카리나 앙상블 30명, 한라마음소리 합창단 15명으로 세계를 무대로 하는 아티스트부터 제주 현지의 프로&아마추어를 포함한 분들까지 다방면에 걸쳐 참가해 주었다.
올해는 페스티벌로서 한걸음을 정확하게 밟았다고 생각한다.
본격적인 페스티벌로의 길, 3년째로서 커다란 분기점이 될것이라는 예상 하에 주관사인 제주MBC와 함께 혼신의 힘을 짜내 제작에 쏟았다.
전체적인 컨셉, 참가 아티스트의 섭외, 꼼꼼한 미팅을 반복하며 몰입했다.
다행히 멋진 아티스트들이 흔쾌히 참여해주었고 나 스스로도이건 재밌겠다 하고 설레는 기대감이랄까(역시 이런 일은 본인들스스로가 즐길 수 있어야하고 ‘이거 즐겁겠다, 두근거린다’ 라는 감이 오면 된거지) 거의 결과도 따라서 좋게 나오는 게 대부분이다.
그것과 한가지 올해는 오케스트라 없이 가는 것을 조기에 결정했다.
이것은 단순히 우천대비와 악곡변경시의 기동력을 생각한 것이다. 출연진이 많아지면 악보 변경만으로도 정신없어지게 되기도 하고, 이번에는 연주와 그 내용에 집중하고 싶은 것도 있어 작년 150명 정도였던 인원을 콤팩트하게 정리했다.
그렇다고 해도 결국 무대 위에서는 50명 이상이 되었지만말이다.
날씨는 우리 편이 되어주었다.
오전에는 흐리고 먹구름도 보여 맑지 않았지만 서서히 쾌청으로향하였고 무대 오르기 전 쉬는 시간인 오후 6~7시에 한번 지나가는 비가 온 뒤에는 아름다운 보름달이 관객과 일체화되며, 연출 면에서 큰 역할을 해주었다.
특히 하늘연못 무대에서 연주할때에 보인 운치 있던 달의 모습은 지금도 잊혀지지 않는다.
올해에는 2015 제주판타지 출연진 모든 팀이 다시 무대에 등장하여함께 마지막 곡을 장식함으로서 페스티벌 적인 분위기로 단번에 달아올랐다.
그건 그렇다, 축제니까.
그리고 무엇보다(이건 항상 생각하는 거지만) 장르나 국경, 프로나 아마추어 등 장벽을 뛰어넘어 즐겁게 연주를 하고있는 사람들의 미소 짓는 얼굴은그 무엇도 대신할 수 없지않나 라고.
쓸데없는 일을 생각할 틈이 없을 정도로 무대 위에서만큼은 행복할 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면 단번에 피로가 날아가버린다.
음악은 가뿐히 장벽을 넘게 해주는 정말로 좋은 것이다.
그런 것을 다시한번 느끼게 해 준 올해 2015 제주판타지,
무사히 즐겁게 끝낼 수 있었던 점, 많은 분들이 와주신 것, 많은 뮤지션, 스탭 모두 진심으로 감사합니다. (만 명 넘게 동원한 페스티벌은 제주도에서는 거의 처음이라는 이야기를 들어 스탭 모두 마음 속깊이 기뻐했다)
내년에는 제주판타지에서 제주뮤직페스티벌로 변신해 만나뵙게 되겠지만, 그 준비는 2015 제주판타지가 끝난 지금 이미 시작되고 있습니다.
매년 8월말에 제주도의 매력과 문화를 ‘음악을 통하여’ 소개하고 많은 분들이 기분좋은 음악과 환경을 찾아 편하게 모여드는 장소, 그것이 제주뮤직페스티벌로 될 수 있도록 열심히 노력해나가겠다는 소감입니다.
여러분들의 성원이 큰 힘으로 이어집니다.
앞으로도 잘 부탁드립니다.
그럼 JMF2016을 향해서, GO!
양방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