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의 영향도 제2의 여파로 접어들어, 감염을 조심하면서 어떻게 정상 생활로 돌아갈 수 있을까 하고 있습니다만, 저는 전시 음악 제작을 일단락하고, 지금까지 경험하지 않은 영역의 제작 프로젝트를 곧 시작합니다. 다만 장기 프로젝트이므로, 구체적으로는 내년 이후 공개될 예정입니다. 아직 긴 기간이 남았지만, 여러분 부디 기대해 주세요.
그리고 올해는 8집 솔로 앨범을 낼 겁니다.
새해 초반부터 기획은 했지만 역시 코로나의 영향으로 앨범 발매 시기나 가을 이후 발매 기념 공연 등에 대해 좀처럼 계획을 세우지 못하는 딜레마에 빠져 있었습니다. 박물관 전시에서 생각지 못한 트러블에 휘말려 의기소침해 있었지만, 솔로 앨범 만들기를 우선으로 진행하는 동안 달라질 것이 없다고 확신하고 차근차근 '솔로 제작 모드'로 들어가고 있습니다. 물론 새로운 프로젝트도 동시 진행입니다만.
2015년 7집 앨범 ‘Embrace’, 그리고 2017년에 미니앨범 ‘Echoes for Pyeong Chang’을 발매하고, 2018년 2월 평창올림픽부터 이어진 일련의 작업과 라이브 공연으로 달려왔지만 2020년 코로나라는 대적이 갑자기 눈앞에 나타났다. 전염이 퍼지기 시작한 초기부터 얼마 전까지 다행히 국립중앙박물관 전시 음악 제작으로 은둔형 외톨이 제작 생활을 했지만, 숨통이 트인 이제 겨우 눈앞의 시야가 트여 솔로 제작 모드에 들어갈 수 있게 되었습니다.
영상 작품을 시작으로 하는 여러 가지 음악은 그 목적이 처음부터 제대로 정해져 있고, 그 목표도 마감 시기도 시작부터 확실히 정해져 있다. 주제나 스토리를 따라 그 목표 지점을 향하는 음악을 만드는 것이 대전제이다. 그러니까 시작이 되면 일단 진행을 해나가야 한다. 나머지는 시간과의 싸움이라고 할까, 한정된 시간 속에서 무엇을 할 수 있을까에 의식의 초점을 맞춰 계속 달린다.
한편 솔로 작품(어디까지나 나에게 있어서 솔로 작품)은 정반대로, 음악에는 발매할 때의 자신이 등신대로서 그 지점에 그려져 있는 것이 중요하다. 그 출발점에서 바로 곡 만들기를 시작하는 것보다, 지금의 나는 누구이고, 어떤 것을 생각하고, 무슨 말을 하려고 하는지에 대해 오로지 생각합니다. 그것이 보일 때까지 시작하지 못하는, 아니, 나의 경우는 시작하지 않는, 그것이 원칙입니다. 즉.... 이것이 이번 글의 주제인 ‘솔로 작품의 팔레트’입니다.
생각이 정리되고, 지금의 내가 비치는 팔레트가 내 앞에 나타났을 때 비로소 붓을 들고 스케치를 시작한다. 전체적으로 보였던 자신의 팔레트를 든 그때 앨범의 컨셉 이미지와 대략적인 제목이 정해집니다. 실은 여기까지가 힘든... 왠지 돌아가기 힘든 일을 하는구나, 라고 생각할지도 모르지만, 이 순간부터 쭉 시야가 열립니다.
이쯤 되면 나머지는 오로지 만들어 낼 뿐 그 가지와 잎으로부터 여러 이미지가 꽃봉오리가 되어 여러 가지 꽃이 피고, 하나의 나무로서 외형이 갖추어지고, 솔로 작품이 된다.
어떤 소재(영상, 소설, 회화, 전시 등)에 힌트&영감을 얻어 만드는 것이 전제인 의뢰 작품(나의 경우 그 작업비율이 높다)과는 대조적으로 순수한 솔로 작품에서는 영감 자체 : 팔레트를 본인 스스로 찾게 되므로 시간이 오래 걸리지만 길게 보면 어쩔 수 없는 일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더욱이 저는 이 두 가지 모드를 양립해서 음악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다른 이벤트나 영상으로부터 많은 힌트나 영향을 받은 것이 솔로 작품에 반영되기도 하고, 반대로 솔로 작품으로 가꾸어 놓은 것이 다른 작품을 만들 때 매우 도움이 되거나 서로 영향을 주고받아 지금의 음악이 완성되어 왔습니다. 긴 안목으로 되돌아보면 저는 쭉 지금까지 이런 페이스로 계속해왔고, 이런 형태로 여러 팔레트를 찾아올 수 있었던 것이 행운이라고 생각합니다.
왜냐하면 이렇게 많은 분들과 음악을 통해서 연결되니까요. 연결될 수 있는 수단, 그것이 음악을 지속하는 큰 이유 중의 하나입니다. 여러분들과 앞으로도 좋은 작품으로 이어갈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많은 응원 부탁드립니다.
이번 솔로 작품 제작은 코로나의 이런 영향도 있어서 온라인으로 여러분과 스케치 등 제작 과정을 공유해나갈 수 있었으면 합니다. 그런 의미에서도 소중한 작품이 될 것 같고, 그것이 어떤 음악이 될지 두근거림과 동시에 여러분과 새로운 시도도 함께 체험해 나갔으면 좋겠습니다.
지금부터 기대해주세요.
양방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