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말에 사쿠라이 테츠오 씨로부터 올해 3월 18일 카츠시카 심포니 힐즈 슈퍼 듀오 라이브 참가 권유를 받았습니다. 사쿠라이씨도 참가해 주신 12월초 서울 국립극장 NEO UTPOIA 라이브 후, 그것과는 대조적인 숨결이 전해져 오는 소편성 어쿠스틱 라이브. 매우 기대되고, 물론 흔쾌히 수락했습니다. 사쿠라이 씨 초대 고마워요!
3월 10일에 도쿄에서 리허설을 했는데 드럼없이 둘만, 게다가 어쿠스틱이라면 음악의 경치가 지금까지와는 완전히 달라서 매우 신선했어요! 눈 앞에서 연주하는 세심한 배려가 직접적으로 전해져 와서 섬세하고 순수한 느낌. 이런 라이브 지금까지 안했던 게 신기할 정도 였습니다. 사쿠라이 씨의 곡은 그의 성격을 반영한 상냥함이 넘치는 아름다운 곡과 다이내믹하고 속도감 넘치는 곡으로 다방면에 걸쳐, 실제로 소리를 내기 전에는 둘이서 어떻게 될지 상상하지 못했지만, 소리나는 순간 ‘아 그렇구나~!’하고 둘 다 납득하게 됐습니다.
이런 어쿠스틱 라이브의 경우 가장 중요한 것이 홀의 울림. 울림만 아름답다면 분명히 좋을 거라고 확신했어요. 그 사이에는 곧 공개될 온라인 게임 명일방주의 사계 시리즈 중 첫 번째 곡 ‘봄’ 테마 작업을 거의 몰아붙여 완성에 가깝게 하고 믹스만 남아 있는 상황이었습니다. 이번에는 가루이자와 자택 스튜디오에서 아날로그 기자재를 총동원했고, 믹스로 엔지니어 쿠라이시 군도 대활약해 주었습니다. 역시 아날로그 소리는 플러그인만의 소리와는 존재감과 압출감이 달랐습니다. 최근의 아날로그 붐에 다시 불이 붙은 형태로 무사히 종료. 곧 음원 공개니까 기대해주세요.
그리고 공연 전날인 3월 17일은 오후부터 밤까지 라이브 공연장 리허설. 하지만 그 전에 모 호텔에서 어떤 분의 작별 인사를 하러 갔습니다. 그 날 가루이자와를 나올 때는 진눈깨비가 내렸고, 도쿄도 슬프고 차가운 비가 계속 내려 모든 것이 슬픔으로 뒤덮인 것 같았습니다.
12월 25일 타계하신 은사님, 친척, 형 그리고 절친했던 누노카와 유지 씨. 사실 11월 20일경부터 투병을 거듭했고 국립극장에서의 NEO UTOPIA 공연 때에도 계속 마음에 걸린 채로 한국과 일본에서 공연이 많았던 12월이 지나갔습니다. 12월 23일 시나가와 교회 공연 직후 한국으로 건너와서 12월 25일 서울에서 국카스텐 라이브를 관람하는 중, 비보를 듣자마자 모든 일정을 취소하고 일본으로 돌아왔습니다.
애니메이션계를 창세기에서 견인한, 상냥하고 스케일이 큰 훌륭한 인물. 조금 질투심이 많은 부분 또한 인간적이라서^^ 무엇보다 나에게 영상음악의 문을 열어준 큰 은인. NHK-BS의 명작 '십이국기'로 시작해 '영국 사랑이야기 엠마' 등 영상 미체험존으로 진입했고, 이후 애니메이션은 물론 게임 등 수많은 영상 작품에 참여할 수 있는 입구 'Gate of Dreams'를 열어주신 분.
10여 년 전즈음까지도 일본 애니메이션의 현황을 알고 싶다고 세계 저명한 대학으로부터 패널로 초대 받았을 때에도, 몇 번이나 저를 데려가 주고, 같이 갔을 때 피아노를 치게 되기도 했고요. 파이널 판타지의 아마노 요시타카(AMANO YOSHITAKA)씨, 건담의 오가와라 쿠니오(OGAWARA KUNIO)씨, 카메아리 파출처의 아키모토 오사무 씨의 러프 스케치를 모아 누노카와 씨가 주도해 ‘스케치 전’을 개최하거나 아마노 씨에 이르러서는 내가 열렬한 팬이라는 것을 알고 작년 6월 5일의 가루이자와 오가홀 공연에 함께 와 주기도 해서 감격했어요. 그 인맥과 업계에서의 두터운 신뢰감은 굳이 설명할 필요가 없을 정도입니다.
제가 가루이자와에 살게 된 큰 계기 중 하나가, 가루이자와 별장 라이프를 오래 해 온 누노카와 씨로부터의 초대와 유혹(웃음)으로, 그 후 나의 인생이 크게 바뀌어 간 것도 사실입니다. 애니메이션 창세기에 아카츠카 후지오 씨에게 직접 제안해 작품을 애니메이션화에 성공해, 애니메이션을 저작권 비즈니스로 이끌었고, ‘우주 소년 소란’이나 ‘황금 박쥐’로 시작해 우리가 피할 수 없었던 레전드 작품에 애니메이터로서 관여하고 있는가 하면 일본 동영상 협회를 견인해 도쿄도와의 교섭에 진력하기도 하고요. 애니메이션계에서 그의 업적은 ‘더할 나위없이 훌륭하다'는 것을 3월 17일 작별회의 멋진 전시를 보고 다시 한 번 인식했습니다. 전시 제작자 여러분 정말 훌륭했어요! 수고하셨습니다!
이야기가 조금 돌아가서, 오랫동안 교류하고 있는 사쿠라이 씨와의 어쿠스틱 듀오 라이브는 완전히 첫 시도로, 연주 중, 사쿠라이 씨도 매우 좋아했던 누노카와 씨에 대한 생각을 떨치고 마음을 담아 연주했습니다. 실은 작년 12/23 시나가와 교회에서 처음으로 사카모토 류이치씨의 전장의 크리스마스 OST를 연주한 것도 바로 그 경위였지만, 바로 그 이틀 후의 비보. (시나가와 때는 치밀어 오르는 감정을 주체하지 못해 건반도 보이지 않았습니다.)
야후 뉴스를 시작으로 언론에서 대대적으로 다뤄졌지만, 저는 솔직히 화제로 삼지도 못하고 지금까지도 블로그에 몇 번 쓰려고 했지만 좌절. 올해 2월 근친자 타계도 가세하여 춥고 어둡고 쓸쓸한 겨울을 보냈지만 모든 것을 해결해 주는 것이 시간이겠지요. 3월 17일 멋지게 준비된 작별회와 18일 사쿠라이 씨와의 듀오 라이브로 마음도 조금씩 정리되어 앞을 향해 가는 기개가 나왔습니다.
3월 17&18일의 차가운 비를 아마 잊지 못할 것입니다. 긴 음악 인생, 내 라이브에서 그렇게 차갑고 어두운 비가 온 적은 딱 한 번. 그리고 지금 눈 앞에 우뚝 선 것은 새 멤버를 포함한 3월 30일 대편성 라이브, 그리고 그 세종시를 위한 새로운 악곡의 완성과 공개. 멀리 보이는 정상을 향해 꾸준히 오르는 매일이지만, 그 정상 끝에 보이는 하늘은 '쾌청'. 맑아지고 있습니다. 그렇게 생각해 보면 저는 이렇게 '음악'과 제 음악을 들어주시는, 지탱해 주시는 '여러분'의 도움을 받고 있다는 것을 절감하게 됩니다.
조금 톤이 어두운 블로그가 되었지만, 지금은 결코 돌아서지 않고, 맞바람에도 맞서는 기분으로 앞으로도 달려갈 생각입니다. 지지해주는 여러분들과 음악에 감사드리며.
항상 고마워요, 여러분. 그리고 감사합니다 누노카와(布川) 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