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Music & Moment


ECHOES

  •  WRITER : 관리자
    HIT : 16
    26-09-01 12:45  


 

ECHOES (Reimagined)

 

/ Released 2026.9.1

 

2002년 작업을 시작했다. 《Frontier》가 한국에서 좋은 반응을 얻은 후, 일본 소속사 로드 앤 스카이(Road & Sky)를 떠나 처음으로 독립해 진행한 프로젝트이자, 말 그대로 새로운 출발이 된 다섯 번째 솔로 앨범이다.

 

이전 네 장의 앨범과 가장 크게 달라진 점은 연주는 물론 녹음과 믹싱까지 많은 부분을 직접 맡았다는 것이다. 이전과 마찬가지로 영국 오케스트라(이번에는 처음으로 로열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와 함께했다)를 비롯해 여러 뮤지션들이 참여했지만, 내가 할 수 있다고 생각한 것은 가능한 한 직접 해보고 싶었다.

 

20여 년 전 제작 당시에도 물론 최선을 다했다. 하지만 지금 다시 돌아보니 아쉬운 부분들도 있었다. 당시의 마음과 공기는 소중하게 간직하면서도, 이 음악을 지금의 시대에 다시 ‘재생하고 재탄생’시키고 싶었다. 그래서 리믹스와 리마스터에 그치지 않고 새로운 연주와 수정 작업까지 더했다. 상당한 부분을 한 단계 끌어올렸고, 앨범 전체를 말 그대로 ‘Reimagined’했다.

 

전작 《PANORAMA》에는 《Frontier》가 있었다면, 이 앨범에서는 《Flowers of K》를 중심으로 한국 전통음악의 요소를 더욱 확장해 나갔다. 동시에 그동안 시도해 온 월드뮤직적인 접근이 가장 강하고 화려하게 펼쳐진 작품이 아닐까 생각한다.

 

아니, 월드뮤직뿐만은 아니다. 《A Dream on a Sunny Hill》처럼 내 음악적 뿌리 중 하나인 록을 비롯해 다양한 요소들이 곳곳에서 모습을 드러낸다. 어쩌면 내 작품 가운데 가장 다채로운 색을 지닌 앨범일지도 모르겠다.

 

그럼 이제, 각 곡을 하나씩 돌아보려고 한다.

 

1. Pure Imagination

 

제목 그대로, 나 자신의 공상과 상상력을 한번 마음껏 풀어놓아 보고 싶었다. 그러면 어떻게 될까? 어디로 향하게 될까? 그런 자유로운 이미지를 가진 피아노곡을 만들어보고 싶었다. 순수하게 흘러넘치는 Imagination.

 

참고로 이 곡은 얼마 전인 5월 19일, 한국 안동에서 열린 한일 정상회담에서 바이올린, 첼로, 피아노 트리오 편성으로 연주했다. 양국 정상께서도 좋은 반응을 보여주셔서 기뻤고, 개인적으로도 무척 영광스러운 순간이었다.

 

2. Eventide

 

25현 가야금을 본격적으로 연주하고, 직접 녹음까지 한 것은 처음 시도한 일이었다. ECHOES는 피아노 이외의 악기에도 가장 과감하게 도전했던 앨범이 아니었나 싶다. 장재효의 장구와 구음이 어우러지고, 어린 시절 고향에서 해 질 무렵 마루에 앉아 할아버지의 이야기를 듣던 풍경을 떠올리며 만든 곡이다.

 

3. Flowers of K

 

《Frontier》에 이어 한국 전통악기와의 협업을 한층 발전시켜 보고 싶다는 생각에서 만든 곡이다. 복잡한 접근보다는 지금까지 쌓아온 경험과 음악적 요소들을 ‘조화’라는 키워드 아래 담아냈다.

 

《Frontier》와 함께 지금도 밴드 라이브나 국악관현악단과의 협연 등 다양한 형태로 자주 연주하는 레퍼토리가 되었다. 이렇게 돌아보니 더욱 감회가 새롭다.

 

4. 이름 없는 바람 (A Wind With No Name)

 

전작 《PANORAMA》부터 《ECHOES》를 작업하던 시기까지 나는 내몽골 초원을 자주 찾았다. 몽골 방송국 다큐멘터리 음악을 의뢰받은 것도 하나의 큰 계기였지만, 마두금 연주자 치풀그트와 가까워지면서 내몽골을 오가는 일이 더욱 잦아졌다.

 

그가 소개해 준 투명한 목소리의 가수 체체크마를 만나 현지에서 그녀의 노래만 녹음했고, 그것을 스튜디오로 가져와 하나의 곡으로 구성해 완성했다. 노래 이외의 피아노와 마두금 파트는 현지에서 녹음한 노래를 다시 들으며 가루이자와 스튜디오에서 작곡하고, 도쿄의 스튜디오에서 녹음했다.

 

체체크마의 보컬, 치풀그트의 마두금, 그리고 나의 피아노로 구성된 작품이다. ‘이름 없는 바람’이라는 제목도 마음에 든다.

 

5. A Dream on a Sunny Hill

 

윈덤힐(Windham Hill) 레이블을 연상시키는 편안한 어쿠스틱 기타를 중심으로 한 곡을 만들고 싶어 시작했다. 햇살이 쏟아지는 기분 좋은 언덕에 누워 멍하니 하늘을 바라보는 풍경.

 

그런데 작업을 하다 보니, 그저 하늘을 바라보고 있는 것보다 한번 다른 세계로 들어가 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마치 언덕에서 깜빡 잠이 들어 꿈을 꾸다가 다시 현실로 돌아오는 것처럼.

 

꿈속에서는 내가 록 밴드의 일원이 되어 열정적으로 연주하고 있다. 그러다 다시 눈을 뜨면, 아까 누워 있던 언덕이다. 꿈속의 그 무대에서 나는 오르간을 뜨겁게 연주하고 있었다! 그런 기분 좋은 오후, 꿈과 현실을 오가는 한낮의 낮잠 이야기다.

 

조금은 독특한 곡이지만, 내 안의 록 스피릿이 자연스럽게 흘러나온 작품이다. 이번에는 기타 박상현과 휘슬 야스이 마리의 멋진 연주가 신선한 숨결을 불어넣어 주었고, 작품을 다시 되살릴 수 있었다. 감사한다.

 

6. Tears & Arrows

 

1990년대 후반 아일랜드 음악에 깊이 빠져 다양한 아이리시 세션에 참여하면서 수많은 곡을 접했다. 그중 매우 인상적인 곡 하나를 만났다. 솔직히 제목은 잊어버렸지만, 무척 개성적이면서도 아이리시 음악답지 않은 코드 진행이 인상적이었고 그 매력에 빠졌다.

 

같은 스타일의 곡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그 코드 전개의 흐름을 참고해 하나의 습작을 만들어보고 싶다는 생각에서 쓴 곡이다. 덧없이 사라지는 슬픔과 그에 대비되는 격렬한 감정. 서로 상반된 감정이 공존하며 갈 곳을 잃은 이성.

 

당시 가지고 있던 Dusty Strings 26현 아이리시 하프와 중세 현악기 프살테리(Psaltery)를 조합해 자택 스튜디오에서 직접 녹음한 의욕적인 작품이다. 이번 작업을 통해 음질도 상당히 개선되었고, 곡의 완성도 역시 몰라볼 만큼 좋아졌다고 생각한다. 무척 좋아하는 곡이다.

 

7. Red Desert

 

이 곡 역시 아일랜드 음악의 요소를 풍부하게 담았지만, 앞의 곡과는 정반대로 역동적인 작품이다. 아이리시 타악기 보란(Bodhrán)과 인도 타악기 타블라(Tabla), 아이리시 휘슬과 바이올린(피들)이 어우러지고 여기에 내가 연주한 아코디언도 더해졌다.

 

또한 기타 부주키(Bouzouki)와 만돌린(Mandolin)까지 더해져 상당히 역동적인 곡으로 완성했다. 당시 자주 참여했던 아이리시 세션의 뜨거운 분위기를 느껴주셨으면 한다.

 

이번에는 음색과 프레이즈를 모두 다시 정리하고 믹스했으며, 당시 미완성이었던 부분을 제대로 보완하고 다듬으면서 몰라볼 만큼 완성도가 높아졌다고 생각한다.

 

8. In the Air

 

이 곡 역시 어떤 의미에서는 상당히 의욕적으로 만든 작품이다. 중세 현악기 프살테리(Psaltery)를 혼자 여러 번 연주해 다중 녹음했다. 무엇보다 중요한 이미지는 ‘투명감’. 완전한 앰비언트 작품이다.

 

2003~2004년 가루이자와로 이주한 뒤 제작 환경과 생활이 안정되면서, 해발 1,000m의 맑은 공기, 말 그대로 ‘In the Air’를 마음껏 느끼던 시기였다. 맑고 청량한 숲속의 고요한 공간을 표현하고 싶었다.

 

9. Forbidden Feathers

 

《ECHOES》 발매 후 비교적 이른 시기에 소니 α 카메라 광고 음악으로 사용된 곡이다. 촬영지는 아마 홋카이도였던 것으로 기억한다. 광활한 설원을 담은 영상과 음악이 정말 잘 어울렸던 기억이 있다.

 

개인적으로는 앞의 《In the Air》에서 이 곡으로 이어지는 흐름을 무척 좋아한다. 라이브에서도 종종 연주하는, 개인적으로 무척 마음에 드는 곡이다.

 

이 곡을 들을 때마다, 그리고 연주할 때마다 당시에도 가족이었고 물론 지금도 가족인 반려견 ‘러브’를 떠올린다.

 

10. If I Could… 3AM

 

멜랑콜리한 피아노 솔로 작품이다. 월드뮤직의 다양한 요소를 받아들이고 런던 레코딩과 내몽골 등을 오가던 시기, 과연 이렇게 작업해 나가는 것이 맞는 것일까. 문득 스스로를 돌아보며 자문하던 마음을 담았다.

 

하나의 답에 머무르지 못하고, 즉 하나의 조성(Key)에 머무르지 못한 채 마음이 흔들리고 확신 없이 오간다. 그런 흔들림을 담은 멜랑콜리한 피아노곡이다.

 

악보를 찾아봤지만 어디에도 없었다. 아마 즉흥적으로 생각하며 만든 곡이었던 것 같다. 이렇게 마치 한붓그리기처럼 만들어진 작품도 내게는 중요하고 매력적이다.

 

11. Farmer’s Dawn

 

내몽골에 머물던 당시 한 여성 가수의 집을 찾아가 그곳에서 훌륭한 노래를 직접 녹음했다. 오르틴도라고 하는 가창 형식의 노래였다. 그때 녹음한 소리를 소재로 삼아 가루이자와의 자택 스튜디오로 가져와 완성한 곡이다.

 

2004년 발매 버전과 달리 이번에는 피아노와 키보드를 새롭게 연주하고 다시 녹음하면서 퀄리티를 크게 끌어올릴 수 있었다. 이 곡 역시 지금의 시대에 다시 살아나게 할 수 있어 기쁘게 생각한다.

 

끝없이 펼쳐진 초원. 양치기(제목에서는 농부로 표현했다)가 양 떼와 함께 천천히 이동하고, 아득히 먼 곳으로 해가 저물어가는 풍경을 떠올리게 한다.

 

12. Echoes

 

내가 가진 다양한 음악적 요소들이 하나로 연결된 작품이다. 이 앨범에서, 아니 내 음악 전체에서도 매우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는 곡이다.

 

밖으로, 미래로 뛰쳐나가려는 나의 의식이 외부 세계와 연결되고 조화를 이루었을 때 느꼈던 기쁨, 그리고 되돌아오는 울림. 그것이 바로 ECHOES다.

 

개념을 뛰어넘어 손을 맞잡고 서로를 끌어당기며, 함께 울리고 융합할 수 있다! 그런 가능성을 확실히 느꼈던 곡이다. 이 곡에서 들려주는 로열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의 울림은 정말 아름답고 깊다.

 

오케스트라를 제외한 모든 작업을 이 스튜디오에서 직접 완성했다는 사실도 내게 큰 자신감이 되었다. 이후 영화나 게임 음악에서도 과감하게 대규모 레코딩에 도전해 나가는 계기가 된 작품이다.

 

13. Flowers of K (Reprise)

 

이 앨범의 또 다른 얼굴인 《Flowers of K》를 가볍게 피아노로 스케치한 작품이다. 이번에 자료를 다시 꺼내 살펴보니 이런 스케치 버전이 많이 남아 있었고, 당시 최종적으로 선택된 것이 이 버전이었던 것 같다.

 

앨범의 마지막에서 다시 한번 《Flowers of K》를 떠올리게 하는 피아노 솔로곡이다.

 

14. Road to the North

 

북쪽을 향한 마음.

 

많은 것을 말할 수는 없지만, 그 마음은 강하고도 복잡하며 끝이 없다. 그리고 그 마음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