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금 시간이 지났지만, 2월부터 3월에 걸쳐 일본과 한국을 오가며 여러 프로젝트가 이어졌습니다. 돌아보니 꽤 밀도 높은 시간이었던 것 같습니다.
먼저 2월 24일, 25일 서울에서 진행한 전통 악기 녹음입니다.
가야금, 거문고, 정가 보컬, 그리고 장구, 북, 꽹과리 등의 타악기, 양금, 운라까지 정말 다양한 악기가 참여했습니다.

각 악기가 가진 울림과 뉘앙스는 서양 악기와 비교했을 때 매우 개성적이어서, 실제로 소리를 쌓아가며 녹음하는 과정에서 “아 그렇구나” 하고 깨닫는 순간들이 많은, 배움이 큰 세션이었습니다.
같은 프레이즈라도 어떤 악기를 쓰느냐에 따라 인상이 크게 달라지고, 어떤 악기에 어떤 역할을 맡길지 고민하는 시간이 무척 즐거웠습니다.
특히 정가의 목소리가 들어오면 음악의 공기감이 절묘하게 바뀌면서, 깊이감과 현장감이 확장되는 순간들이 여러 번 있었습니다.
전통적인 표현 속에 담긴 특유의 흔들림과 호흡은 머리로만 생각해서는 쉽게 보이지 않는 부분이 많아, 실제로 현장에서 소리를 들으며 프레이즈를 다시 조정하는 작업이 필수였습니다. 흥미로운 시간이었고, 각 전통 악기가 가진 매력을 다시금 실감할 수 있는 기회이기도 했습니다.
이어서 일본에서 진행한 대편성 스트링 녹음입니다.
이번 현악 편성은 8-6-4-4-2, 총 24명이 참여해 3곡을 녹음했습니다.
사전에 스코어를 꼼꼼히 준비했지만, 역시 현장에서의 미묘한 뉘앙스 조정은 필수였고, 이에 즉각 대응해주는 연주자들과 엔지니어분들의 적응력에 감탄하고 또 감사했습니다.
인원이 많은 대편성 특유의 레이어가 곡에 깊이와 입체감을 더해주었고, 곡의 표정이 빠르게 변화하며 의도한 방향에 잘 맞아 들어갔습니다.

연주도 훌륭했고, 세키구치다이 스튜디오의 울림도 매우 좋았으며, 전체적인 사운드도 잘 정리되어 최종적으로 좋은 테이크를 얻을 수 있었습니다.
현장에 있던 모든 사람이 만족스러운 분위기였습니다.
이후 3월 20일에는 한국 영동에서 영동난계국악단과의 신춘음악회, 국악 오케스트라 공연에 게스트로 참여했습니다.
이번에는 당일 현지 도착 → 리허설 → 바로 본 공연 → 공연 후 바로 서울 복귀라는 꽤 타이트한 일정이었습니다.
이동은 조금 바빴지만 그만큼 집중도 높은 시간이었습니다.
지금까지 여러 차례 한국 국악 오케스트라와 연주해지만, 영동난계국악단과의 연주는 처음이었습니다.
연주한 「Black Pearl」은 지금까지 중 가장 자연스럽게 울린 공연이었다고 느꼈습니다.
앙상블의 흐름도 좋았고, 마치 강물이 흐르듯 막힘없이 이어지는 느낌이 있었습니다.
무대 위에서도 시너지를 느낄 수 있었고, 연주하면서 “아, 좋다”라고 느끼는 순간들이 많았습니다.
짧은 체류였지만 매우 인상 깊은 공연이었습니다. 와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그리고 3월 26일, 27일, 28일에는 클래식 기타리스트 박규희 씨와의 듀오 콘서트를 진행했습니다.
세 번째 협업이었고, 이번 프로그램에서는 새로운 레퍼토리에도 도전했습니다.
작곡가 피아졸라의 곡, 스페인·집시 스타일의 작품들, 그리고 제 작품 「The Tower of Eternity」를 기타와 피아노, 단 두 사람으로 연주했습니다.
특히 이 곡은 원래 대편성의 스케일이 큰 곡이라 어떻게 될지 궁금했지만, 실제로 맞춰보니 두 사람만의 긴장감이 살아있는, 듀오만의 좋은 형태로 완성된 것 같습니다.
리허설에서는 템포와 호흡 등 세세한 부분을 여러 번 시도하며 조금씩 형태를 만들어갔습니다.
작은 변화만으로도 분위기가 크게 달라져 그 과정 자체도 매우 흥미로웠습니다.
듀오라는 형식은 소리를 과하게 쌓지 않음으로써 보이는 부분도 있고, 어디까지 단순하게 만들 수 있을지 고민하는 시간이기도 했습니다.
홀의 울림도 편안해서, 차분하게 자신이 내는 소리에 집중할 수 있었습니다.
3일간의 공연 동안, 지역마다 관객의 분위기도 달랐고, 공연장에 따라 자연스럽게 흐름도 달라지는 것이 인상적이었습니다.
같은 곡이라도 조금씩 다른 표정을 보이는 것이 라이브의 매력이라는 걸 다시 느꼈습니다.
공연장을 찾아주신 모든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같은 공간에서 음악을 나누는 시간은 역시 특별했고, 이번에도 즐거운 공연이었습니다.
2월부터 3월까지는 이동도 많고 일정도 빽빽했지만, 그만큼 다양한 자극을 받았습니다.
각 현장에서 느낀 것들이 다음 작품으로 이어질 것이라 생각합니다.
다음에 또 공연장에서 만날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그럼 또 뵙겠습니다.
양방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