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Sa-yU 시리즈에 참여한 것도 벌써 3년째가 되었습니다.
3년의 시간이 흐르며, 마치 한 지점에 다다른 듯한 느낌이 있습니다.
하지만 그 지점이 과연 옳은 것인지, 그리고 그것이 어디인지는 솔직히 아직 잘 모르겠습니다.
아마 그것이 바로 ‘사유(思惟)’라는 과정이 아닐까 합니다.


3년 전, 이 공연을 위해 오랜 시간에 걸쳐 만든 메인 테마가 있습니다.
그동안 정말 많은 프로젝트에서 작곡가로 참여해왔지만,
이 곡은 끝없이 답을 찾아 헤매던 시간 끝에 겨우 도달했던, 제게 특별한 의미의 음악이었습니다.
그 곡으로부터 시작해 Sa-yU, 즉 ‘사유’라는 공간을 떠돌며,
때로는 고민하고 고통받으면서도 결국 다시 그 음악으로 돌아오게 될 것이라 믿고 있었습니다.
그건 이 프로젝트가 계속된다는 전제 아래의 이야기였지만,
운 좋게도 올해 세 번째를 맞으며, 메인 테마에 새로운 모티프를 더해
〈Sa-yU ~ Thoughts〉, 다시 말해 ‘사유’라는 곡으로 출발점에 되돌아온 듯한 기분이 들었습니다.
이번 공연의 음악에서 특히 주목할 만한 점은,
이전까지 함께한 적 없었던 전통음악 연주자들과 대규모 스트링 섹션이 새로 합류했다는 것입니다.
그 덕분에 전작과는 확연히 다른 변화를 느낄 수 있었습니다.

전통 타악기 팀 그루브앤드(Groove&)의 ‘정주’라는 악기 연주 영상을 유튜브에서 처음 보았을 때
“이거다”라는 확신이 들었고, 바로 연락을 해 함께 해보자 제안했습니다.
그들의 연주는 명상적인 분위기에서부터 리드미컬한 타악,
그리고 나무의 질감을 살린 따뜻한 음색까지 이 공연의 다양한 부분을 채워주었습니다.
여기에 크리스토퍼 하디의 퍼커션이 더해지며 또 다른 차원의 리듬이 완성되었습니다.
서로의 매력을 인정하며 새로운 음악이 탄생하는 그 순간은 정말 짜릿했습니다.
또한 정가 조윤영 씨의 느리고 유려한 목소리는 공연 전체의 콘셉트와 완벽히 어우러졌고,
제작 과정에서도 수많은 아이디어를 나누며 중심적인 존재가 되어주었습니다.
감성적인 일렉트릭 기타 ‘야상월우(夜想月零)’,
그리고 어쿠스틱 기타, 우쿨렐레, 만돌린 등 다양한 악기를 넘나들며
진심으로 곡에 접근해준 기타리스트 박상현,
새롭게 합류해 만돌린도 연주한 베이시스트 조평재,
일본에서 참여해준 솔로 바이올린 요시다 쇼헤이,
1회차부터 함께해온 솔로 첼로 나인국,
그리고 19명의 현악 연주자로 구성된 Sa-yU 오케스트라의 연주는 압도적이었습니다.
무대에는 영상 등 다양한 연출적 제약이 있었지만,
그 안에서도 스케일과 깊이를 모두 갖춘 연주를 들려주었습니다.
또한 오케스트라 편곡을 도와주고, 무대 뒤에서 전자음원 매니퓰레이션을 맡은 손동훈씨 에게도 깊이 감사드립니다.
제작진 또한 큰 신뢰를 주었습니다.
사운드 팀은 연주자들의 소리를 완벽한 몰입형 공간으로 구현해주었고,
무대에서 연주하며 불안할 이유가 하나도 없었습니다.
영상과 조명 역시 추상적인 이미지를 넘어서 스토리와 시대를 표현하면서도
현대적 감각을 잃지 않았습니다.
특히 마지막 피아노 솔로 〈Sa-yU Arirang〉에서는 음악과 완벽히 싱크된 조명 연출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올해는 주최 측인 국립중앙박물관에서도 예년보다 훨씬 많은 관심과 지원을 해주셔서,
공연뿐 아니라 ‘사유의 방’ 전시와 연계된 다양한 이벤트까지 이어지며
공연장 전체가 활기를 띠었습니다.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이번 공연에서 제게 가장 중요한 포인트는,
음악적으로 처음의 메인 테마에 대응하듯 새로운 요소가 더해졌다는 것입니다.
공연의 마지막에 연주된 〈Sa-yU ~ Thoughts〉라는 곡에서
‘사유’라는 음악적 여정에 대한 하나의 답을 찾을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이것을 발전시켜 나가며 Sa-yU 시리즈의 음악이 앞으로 더욱 깊고 풍성해질 것이라 확신합니다.

그 순간, 함께 ‘사유’의 시간을 나누어주신 모든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또 한 번 큰 가능성을 품은 공간 Sa-yU 에서 여러분과 다시 만나기를 기대합니다.
양방언
2025 사유하는 극장 Sa-yu
피아노/키보드 양방언
기타 박상현
태평소/피리 박세라
대금/소금 한수진
정가 조윤영
퍼커션 크리스토퍼 하디
그루브앤드 (이상경, 김하경)
오케스트라 (19인)
1st Vln 요시다 쇼헤이(악장) 권혁민(수석)
박준원 임성윤
김지민 박지현
2nd Vln 이슬기(수석) 김우성
경태현 오영주
황영지
Va 양혜경(수석) 정소현
신재현
Vc 나인국(수석) 윤성연
박기흥
Db 조평재(수석) 곽민재

